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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린 누구보다도 강했다.

  • 작성자 사진: 공지사항
    공지사항
  • 7월 7일
  • 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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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깊었다.

망자의궁전 저 아래, 층을 내려갈수록 숨소리는 조심스러워졌고,우리의 대화는 점점 짧아졌다.

말보다 신뢰가 먼저였으니까.

한 번의 실수가 전멸로 이어지는 곳.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그 끝자락에서 우린 서로를 믿었다.

마물들이 몰려오고,누군가가 먼저 쓰러지던 순간.

힐러는 회복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고탱커는 마지막까지 버텼다.

딜러는, 남은 전투 시간을 계산하며 절박한 기술을 이어갔다.

그리고—마침내 100층.

처음 보는 보스의 압박감, 낯선 패턴들 속에서도 우린 무너지지 않았다.

100층 클리어.

누구도 말이 없었다.

잠시, 아주 잠시, 그저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새빨갛게 타오르는, 진홍색의 빛나는 그 무기를 본 순간—심장이 울렸다.

그건 단지 ‘아이템’이 아니었다.

우리가 함께 흘린 시간,긴장 속에서 쌓은 우정,그리고 절대 혼자서는 닿을 수 없던 빛의 증거였다.

누군가 말했다.“오늘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강해.”

우리는 웃었고,그 무기는 지금도 내 무기고에 고이 있다.

빛바랜 전리품이 아니라, 기억으로 반짝이는 증표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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