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함께 나아갈 마음이 머무는 곳.
- 공지사항
- 7월 7일
- 1분 분량

부대 하우징 철거일까지 남은 시간: 0일.
항상 부대 앞에 있던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그날 마지막으로 바람 소리를 들었다.
모퉁이의 벤치, 톤베리 모양의 조명, 누군가 몰래 남겨둔 방귀 쿠션.
이 집은 그저 ‘건물’이 아니었다.우리가 웃고, 싸우고, 다시 화해했던 작은 세계였다.
처음 이곳에 입주했을 때가 생각났다.
빈 집을 돌아다니며 “감성 카페 컨셉으로 하우징 하자”, “지하에 작은 피아노를 설치하자”
설레는 마음으로 가구를 놓고 벽지를 고르던 우리.
그 사이 수많은 순간들이 집 안에 스며들었다.
레이드 끝나고 쉴 때, 아무 말 없이 바위 위에 앉았던 저녁들.
누군가를 장난으로 벽 속에 가두었던 날.
새로운 부대원을 데려와,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라며 자랑하던 날.
그런 우리가, 이 집을 떠났다.
짐을 정리하며 마지막까지도 누군가는 집 구석을 돌아다녔다.
“이 의자... 이거 처음 우리 부대원이 준 거였는데.”
“응, 괜찮아. 가져가자. 기억은 우리가 들고 가는 거니까.”
이젠 새로운 곳으로 간다.
햇살이 더 잘 드는 곳, 조금 더 튼튼하고 커다란 집.
낯선 장소지만, 익숙한 사람들이 함께라면—그곳도 곧 우리 집이 되겠지.
그 집을 나오며 마지막으로 돌아봤다.
문득, 그렇게 느껴졌다.
집이란, 우리가 머문 자리를 기억하는 벽이 아니라함께 나아갈 마음이 머무는 곳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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